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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메스의 자기개선은 대화를 많이 하는 일이 아닙니다
- URL: https://blog.sshong.com/hereumeseuyi-jagigaeseoneun-daehwareul-manhi-haneun-ili-anibnida/
- Published: 2026-09-17T15:07:07.000Z
- Updated: 2026-09-17T15:07:07.000Z
- Author: 홍작가

헤르메스를 쓰면 스스로 강해진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처음에는 대화를 많이 하면 내 방식과 말투, 일하는 흐름을 알아서 익히는 것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실제로 써보니 대화가 쌓이는 일과 자기개선은 다릅니다.

글을 쓰면서 이 차이를 먼저 느꼈습니다. 초안을 만든 뒤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고치고, 문단의 흐름이 어긋나면 다시 잡고, 자료의 출처가 약하면 보완합니다. 처음에는 그 수정이 다음 글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요청을 새로 시작하면, 이전에 고친 이유를 다시 설명해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에이전트가 좋아지는 것은 대화의 양이 아니라, 무엇을 다음 작업의 기준으로 남길지 결정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헤르메스에는 세션을 넘어서 기억을 남기고, 반복 작업의 절차를 스킬(Skill)로 만들고, 쌓인 스킬을 관리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공식 문서도 이를 자기개선 구조로 설명합니다. 다만 이 기능들은 알아서 완성된 나를 만드는 장치가 아닙니다. 작업자가 고른 기준을 다음 작업에서 다시 꺼낼 수 있게 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글쓰기에서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어 달라”는 요청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표현이 낯선지, 어떤 문장은 반드시 남겨야 하는지, 글의 마지막을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까지 남겨야 합니다. 한 번의 수정은 그 글의 수정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여러 글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수정 이유도 분명해졌을 때 비로소 글쓰기 기준이나 스킬로 옮길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네 갈래로 나눠 봅니다.

먼저 작업 결과는 파일과 노트에 남깁니다. 초안, 리서치, 강의안, 현재 상태처럼 다음 작업에서 다시 읽어야 할 것은 옵시디언에 둡니다. 대화창의 맥락은 오래 이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개인의 안정적인 기준은 메모리에 남깁니다. 글의 기본 분량, 자주 쓰는 표현, 일정 확인 방식처럼 여러 작업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내용입니다. 다만 그날의 생각이나 한 번의 요청까지 모두 기억으로 남기면, 나중에는 필요한 기준을 찾기 어려워집니다.

반복해서 검증한 절차는 스킬로 만듭니다. 예를 들어 리서치 노트를 만들 때 출처를 어떻게 구분할지, 글을 쓴 뒤 어떤 순서로 퇴고할지, 강의 자료를 만들 때 무엇을 먼저 확인할지를 절차로 남기는 방식입니다. 스킬은 좋은 프롬프트를 길게 저장하는 문서가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확인하고, 어디에서 멈추고, 무엇을 산출물로 남길지를 적은 작업법입니다.

마지막은 수정과 정리입니다. 스킬이 늘어난다고 에이전트가 곧바로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비슷한 스킬이 여러 개 쌓이면 오히려 어떤 것을 써야 할지 흔들립니다. 더 이상 쓰지 않는 절차는 정리하고, 잘못된 기준은 고치고, 예외였던 요청은 공통 규칙으로 올리지 않아야 합니다. 헤르메스의 큐레이터(Curator) 기능도 결국 이 문제를 다룹니다. 쌓는 것만큼 덜어내고 고치는 일이 필요합니다.

자기개선형 에이전트는 스스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에이전트가 아닙니다. 사용자가 작업을 하며 발견한 기준을 기록하고, 다시 꺼내 쓰고, 잘못된 기준을 고치는 흐름이 이어질 때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제는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다시 해줘”에서 끝내지 않습니다. 무엇이 어긋났는지 한 줄이라도 남깁니다. 같은 수정이 반복되면 그때 작업 규칙으로 옮깁니다.

헤르메스의 자기개선은 대화를 많이 나누는 데 있지 않습니다. 내가 일하며 만들어 낸 판단을 다음 작업의 기준으로 남기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