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책쓰기는 나만의 책에 맞는 집필 방식을 만드는 일
책쓰기 스킬을 내 책의 주제와 자료에 맞춰 연결하고, 한 편의 원고에서 고친 기준을 다음 챕터까지 이어가는 집필 방식을 생각합니다.
올해 AI 책쓰기 강의에서는 책쓰기 전용 스킬(Skill)을 가지고 기획과 집필의 각 단계를 다뤘습니다. 주제를 정하고, 목차를 구성하고, 초안을 쓰고, 다시 고치는 일을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당시에는 각 단계에 맞는 스킬을 익히는 것이 수업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강의를 생각하면 에이전트(Agent)를 직접 만드는 수업이 떠오릅니다. 그렇다고 ‘에이전트 제작법’을 가르치는 수업으로 바꾸고 싶지는 않습니다. 에이전트는 목적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쓰는 동안 필요한 일을 자기 방식대로 연결하는 수단에 가깝습니다. 어떤 에이전트를 만들 것인가보다 자기 책을 어떤 방식으로 계속 쓸 것인가. 지금은 그 질문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책쓰기 스킬에는 공통으로 쓸 만한 순서가 있습니다. 독자를 정하고, 책의 질문을 좁히고, 목차와 챕터를 만들고, 원고를 검토합니다. 하지만 책마다 같은 순서를 같은 비중으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발표한 글을 묶어 책을 쓰는 경우에는 기존 글의 중복과 빈틈을 살피는 일이 앞섭니다. 경험을 중심으로 쓰는 책이라면 사건을 나열하기 전에 그 경험에서 무엇을 말할지 정해야 합니다. 필요한 자료와 검토 방식도 장르에 따라 달라집니다.
공통 스킬은 출발점으로 두되, 책의 주제와 장르, 이미 쓴 글과 자료에 맞춰 고르고 연결해야 합니다. 에이전트가 그 순서를 실행하더라도 책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저자입니다. AI가 목차를 제안했을 때 무엇을 채택할지, 원고에 담긴 경험이 실제 자기 이야기인지, 책 전체의 주장과 맞는지는 사람이 판단합니다.
이 차이는 결과물을 무엇으로 보느냐에서도 드러납니다. 에이전트 설정 파일이 완성되어도 원고를 써보고 고쳐보지 않았다면 집필 방식이 작동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짧은 원고 한 편을 써보면 자료를 어디서 가져왔는지, 초안에 빠진 경험은 무엇인지, 어느 문장을 고쳐야 자기 글이 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때 나온 수정 내용을 다음 원고에도 적용할 기준으로 남깁니다.
예를 들어 초안이 매번 일반적인 설명으로 흐른다면 ‘더 잘 써줘’라는 지시를 반복할 일이 아닙니다. 기존 글에서 어떤 장면과 문장 호흡을 살릴지, 자료에 없는 사례를 덧붙이지 말라는 조건을 집필 방식에 넣어야 합니다. 반대로 목차는 자꾸 바뀌는데 책의 방향을 설명하는 문장은 그대로라면, 목차를 만들기 전에 책이 답할 질문부터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한 번의 수정이 다음 챕터의 작업 순서를 바꾸는 것입니다.
검토도 마지막에 한 번 하는 작업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한 챕터의 문장을 고치는 일과 책 전체에서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지 살피는 일은 다릅니다. 앞에서 정한 독자와 책의 약속을 다음 챕터에서도 확인하고, 새 자료가 들어오면 기존 원고와 맞는지 다시 봐야 합니다. 이런 작업을 이어가도록 만드는 것이 에이전트의 역할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책쓰기 에이전트는 저자 대신 책을 완성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자료를 읽고, 필요한 스킬을 이어 쓰고, 이전에 정한 목차와 문체 기준을 다음 작업에 가져옵니다. 저자는 그 결과를 읽고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더하거나 고칩니다. 초안을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장을 쓸 때 앞선 선택을 다시 참조하는 방식입니다.
내년 수업이 실제로 어디까지 바뀔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올해 배운 책쓰기 스킬을 버리고 새 이름의 도구로 갈아타는 변화로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공통으로 익힌 작업을 자기 책에 맞게 묶고, 짧은 원고로 시험한 뒤, 고친 기준을 다음 원고에 이어가는 일. 수업에서 만들어야 할 것은 에이전트 파일 하나보다 자기 책을 계속 써나갈 수 있는 집필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