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에게 일을 맡기기 전, 먼저 정해야 할 멈춤 지점

에이전트에게 일을 맡기기 시작하면 범위를 넓히고 싶어집니다. 자료를 찾고, 요약하고, 초안을 쓰고, 이미지까지 만들고, 발행 예약도 시키고 싶습니다. 한 번 연결되기 시작하면 다음 단계도 맡길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어디까지 맡길 수 있는지부터 살폈습니다. 글감을 찾고, 자료를 모으고, 초안을 쓰고, 다시 고치는 일까지 이어지면 작업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일부 작업은 그렇게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일을 맡길수록 더 먼저 정해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가입니다.

AI가 리서치 자료를 모으고 초안을 만드는 일은 맡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자료를 근거로 쓸지, 이 글이 내 생각과 맞는지, 독자에게 지금 이 내용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일은 다른 문제입니다. 결과물이 그럴듯하다고 해서 그대로 다음 단계로 넘기면, 나중에는 무엇이 내 판단이고 무엇이 AI가 만든 흐름인지 다시 확인하는 데 시간이 듭니다.

티타임즈TV의 헤르메스 에이전트 활용 영상에서도 AI가 할 일, 사람이 할 일, 사람이 검수할 지점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구분이 없는 자동화는 일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나중에 더 크게 확인해야 할 일을 만드는 방식이 되기 쉽습니다.

글쓰기에서 저는 이 지점을 더 자주 봅니다. AI에게 초안을 맡기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발행은 다른 일입니다. 제목이 글의 내용을 정확히 담는지, 문장이 내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하지는 않는지, 기존 글과 같은 말을 반복하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과정까지 넘기면 글은 완성될 수 있어도, 내 글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작업을 나눌 때 ‘어디까지 맡길까’보다 ‘어디에서 다시 볼까’를 먼저 정합니다.

리서치는 자료를 모으는 데서 멈춥니다. 글 초안은 구조를 잡는 데서 멈춥니다. 일정 관리도 후보 일정을 정리하는 데서 멈춥니다. 외부에 전달되거나 공개되는 순간에는 다시 사람이 들어옵니다. 검수와 승인은 일이 남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지점부터는 도구가 대신할 수 없는 판단이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잘 일할수록 사람은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으면 안 되는 일을 줄여야 합니다. 대신 내 이름으로 남는 결과물 앞에서는 멈춰야 합니다.

이제는 더 많은 일을 맡기는 방법보다, 반드시 내가 돌아와야 할 지점을 먼저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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